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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국어

유음화

by minzero1114 202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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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한국어 표준 문법', 유현경 외 9명, 집문당을 바탕으로 작성하고 개인적 의견을 첨부하였습니다. 

 

유음화는 유음인 'ㄹ'에 인접한 'ㄴ'이 'ㄹ'로 바뀌는 동화 현상이다. 조음 위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음 방법만 변화시키는 현상이므로 치조음인 'ㄴ'만이 유음화의 적용을 받는다. 유음화는 'ㄹ'과 'ㄴ'의 위치에 따라 순행적 유음화와 역행적 유음화를 구분한다. 순행적 유음화는 'ㄹ'이 'ㄴ'보다 앞에 오는 경우의 유음화이고, 역행적 유음화는 'ㄹ'이 'ㄴ'보다 뒤에 오는 경우의 유음화이다. 

 

순행적 유음화는 다양한 환경에서 적용된다. 

(1) 칼날[칼랄], 달님[달림], 물놀이[물로리]

(2) 핥는[할는][할른], 끓는[끌는][끌른]

(3) 다리를 놓다 [다리를로타], 잘 논다 [잘론다]

 

(1)은 합성어나 파생어와 같은 복합어에서 순행적 유음화가 적용되는 경우이다. 물론 복합어 중에는 '버드나무(버들 + 나무)', '하느님(하늘 + 님)' 등과 같이 순행적 유음화 대신 유음 탈락이 적용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대체로 복합어에서 'ㄹ'로 끝나는 말과 'ㄴ'으로 시작하는 말이 만나면 유음 탈락보다는 순행적 유음화가 적용되는 세력이 더 강하다. 그래서 '달 + 나무', '말 + 나라'와 같이 인위적으로 새롭게 만든 말에서나 '올나이트(all night)'와 같은 외래어 등에서는 유음 탈락 대신 순행적 유음화가 적용된다. 

 

유음화는 비음화와 다르게 일관적이지 않은 적용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위에서 '새롭게 만든 말에서, 혹은 외래어에서 순행적 유음화가 적용된다'라는 사실은 통시적으로 이해하면 수월하다. 우리말에서는 중세국어 때 합성명사가 합성될 때 'ㄹ'이 탈락하는 현상이 있었다. '버들+나무 - 버드나무', '활 + 살 - 화살'이 그런 예이다. 하지만 현대국어로 시간이 흐르면서 합성 명사에서 'ㄹ'이 탈락하는 현상이 사라지기 시작하였고, 합성의 경계에서 'ㄹ'이 탈락하지 않고 'ㄴ'이 유음화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공부를 할 때에는 'ㄹ'탈락의 예시와 '순행적 유음화'의 예시를 비교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2)는 용언의 활용형에 적용되는 순행적 유음화의 예이다. 이 경우 순행적 유음화가 일어나려면 앞선 용언 어간이 반드시 'ㄹ'로 시작하는 겹받침으로 끝나야 한다. '알-, 울-, 살-, 날-'과 같이 용언 어간이 'ㄹ'로 끝나면 'ㄴ'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할 때 순행적 유음화 대신 유음 탈락만이 일어날 뿐이다. 이 때문에 (2)와 같이 활용형에 적용되는 순행적 유음화는 개재 자음이 반드시 필요한 간접 동화라고 해석한 적도 있었다. 'ㄹ'과 'ㄴ' 사이에 다른 자음이 올 때에만 유음화가 일어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유음 탈락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2)는 자음군 단순화가 먼저 적용되어 'ㄹ'과 'ㄴ' 사이의 개재 자음을 탈락시킨 후 순행적 유음화가 적용된 것이므로 순행적 유음화를 간접 동화로 처리할 수는 없다. 

 

음운 변동을 '동화'의 측면에서 설명할 때, 직접 동화와 간접 동화로 나눌 수 있다. 직접 동화는 인접한 두 음운 사이에서 동화가 발생하는 것이고, 간접 동화는 인접하지 않은 두 음운 사이에서 동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참고하면, (2)의 예시는 간접 동화로 설명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평파열음화와 자음군 단순화는 어말에서 뒤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가 올 때 지배적인 현상이므로, (2)와 같은 예시에서 'ㅌ'이나 'ㅎ'과 같은 개재 자음이 필요한 간접 동화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물론 이를 간접 동화로 보면 개재 자음의 유무로 '순행적 유음화'와 '유음 탈락'의 적용환경을 구분하기 용이하나 적용환경의 구분을 위해서 지배적인 음운 현상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1)과 (2)는 모두 한 단어 내에서 순행적 유음화가 적용되었음에 비해 (3)은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순행적 유음화가 적용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순행적 유음화는 비음화와 마찬가지로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도 자유롭게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3)과 같은 환경에서는 유음 탈락이 일어날 수 없고 오로지 순행적 유음화만이 적용될 뿐이다.

 

역행적 유음화는 순행적 유음화와 달리 적용되는 환경이 단순하다. (2)처럼 활용형에서 적용되거나 (3)처럼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적용되는 경우는 없다. 또한 고유어에서는 역행적 유음화가 적용되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자어 또는 외래어에서만 역행적 유음화의 적용을 확인할 수 있다. 

 

(4) 논리[놀리], 인력[일력], 천륜[철륜]

(5) 핀란드[필란드], 온라인[올라인]

 

(4)는 한자어에서 일어난 역행적 유음화이고 (5)는 외래어 일어난 역행적 유음화이다. 그런데 'ㄴ'과 'ㄹ'이 결합할 때에는 역행적 유음화 대신 다른 현상이 적용되기도 한다. 

 

(6) 생산량[생산냥], 결단력[결딴녁], 횡단로[횡단노]

(7) 온리(only)[온니], 온라인[온나인]

 

(6)은 국어의 한자어, (7)은 외래어에서 역행적 유음화가 일어나지 않고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9)에서와 같이 'ㄴㄹ'이 ㄴㄴ'으로 발음되는 것은 역행적 유음화 대신 'ㄹ'의 비음화가 적용된 결과이다. 'ㄹ'의 비음화는 'ㄹ'을 제외한 자음 뒤에서 적용되는데 'ㄴ' 뒤에서는 역행적 유음화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두 음운 현상이 적용이 다소 복잡하게 나타난다. 

 

(4, 5)와 (6, 7)을 비교해보면 역행적 유음화와 'ㄹ'의 비음화가 적용되는 환경이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역행적 유음화가 발생하는 환경은 'ㄴ'과 'ㄹ'의 경계를 나누기 힘들다는 측면이 있다. 반면, (6)과 같은 예는 '생산 + 량', '결단 + 력', '횡단 + 로' 이렇게 한자 어근 또는 접사가 붙은 형식으로 형태소를 분석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외래어를 논외로 한다면 한자어의 경우 하나의 단어로 굳어져 버린 경우에 역행적 유음화가 좀 더 우세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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