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한국어 표준 문법', 유현경 외 9명, 집문당을 바탕으로 작성하고 개인적 의견을 첨부하였습니다.
평파열음화는 음절 종성에 놓인 장애음이 'ㅂ, ㄷ, ㄱ' 중 하나로 바뀌는 음운 현상이다. 'ㅂ, ㄷ, ㄱ'의 공통점이 평파열음이기 때문에 '평파열음화'라고 한다. 현대 국어에는 종성에서 발음될 수 있는 자음의 종류를 7가지로 제한하는 음절 구조 제약이 존재한다. 7가지의 자음에는 공명음 4개와 장애음 3개가 포함되는데 장애음 3개는 평파열음인 'ㅂ, ㄷ, ㄱ'이다. 그래서 'ㅂ, ㄷ, ㄱ'을 제외한 장애음이 종성에 놓이면 평파열음화의 적용을 받는다.
학교문법에서는 평파열음화라고 표현하지 않고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라고 한다. '음절의 끝소리 규칙'은 학생들이 이해하기에 더 쉬운 측면이 있다. 음절의 끝에서 대표음으로 발음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음군 단순화'로 설명하는 탈락 현상도 음절의 끝에서 일어나는 규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라는 용어는 두 현상을 모두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 다만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명칭의 의미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명칭과 현상을 일대일로 대응시켜 학습할 경우에 혼동될 여지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평파열음화'를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라고 하는 것에 무리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평파열음화의 예시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숲[숩], 엎고[업고], 앞앞[아밥]
(2) 남녘[남녁], 깎고[깍꼬], 부엌어멈[부어거멈]
(3) 꽃[꼳], 있다[읻따], 놓는[녿는][논는], 젖어머[저더미]
(1)은 'ㅍ'이 'ㅂ'으로 바뀌는 경우이다. 양순음에 평파열음화가 적용되면 'ㅂ'이 된다. 다만 'ㅃ'으로 끝나는 형태소가 없기 때문에 'ㅍ'으로 끝나는 형태소에만 평파열음화가 적용된다. (2)는 'ㅋ ㄲ'이 'ㄱ'으로 바뀌는 평파열음화이다. 연구개음에 평파열음화가 적용되면 동일한 조음 위치의 평파열음인 'ㄱ'이 된다.
(3)은 'ㅅ, ㅆ, ㅌ'과 같은 치조음, 'ㅈ, ㅊ'과 같은 경구개음, 'ㅎ'과 같은 후음이 평파열음화의 적용을 받아 'ㄷ'으로 바뀌는 경우이다. (1), (2)에서는 평파열음화가 적용되어도 조음 위치가 바뀌지 않았지만 (3)의 경우 경구개음과 후음은 평파열음화가 적용될 때 조음 위치가 바뀌어 치조음인 'ㄷ'으로 실현된다. 현대 국어의 경구개음과 후음에는 평파열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평파열음화가 적용될 때 조음 위치가 변화하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다만 평파열음 중 'ㄷ'으로 바뀌는 데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평파열음화는 국어에서 예외 없이 적용되는 매우 강력한 음운 현상이다. 이러한 평파열음화는 국어에서 예외 없이 적용되는 매우 강력한 음운 현상이다. 이러한 평파열음화의 적용에는 음성학적 이유가 존재한다. 국어의 장애음은 음절 종성에 놓이면 폐쇄되어 발음된다. 즉 조음체가 조음점에 닿아서 공기의 흐름을 단절해 버리는 것이다. 가령 파열음은 조음 단계에서 파열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음절 종성에서는 이 과정이 생략되어 평파열음의 변이음인 미파음으로 실현된다. 파찰음이나 마찰음은 마찰 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역시 종성에서는 이 과정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결국 평파열음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자음체계를 생각해보면, 조음 방법에 따라 파열음, 파찰음, 마찰음, 비음, 유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중에서 비음과 유음은 공기의 흐름을 막았다가 터뜨리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종성에서 발음될 수 있다. 나머지 파열음, 파찰음, 마찰음은 (마찰음은 성질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공기를 막았다가 터뜨리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공기를 터뜨릴 수 없는 종성에서는 발음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문법을 하나의 '현상'으로 접근하면서 '원리'를 이해하고자 하면 어떤 소리가 종성에서 발음되고 어떤 소리가 종성에서 발음될 수 없는지 외우는 것이 아니라, 현상으로서의 문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평파열음화는 음절의 종성에 적용되는데, 그 환경은 크게 세 가지로 구체화할 수 있다. 어떤 형태소가 홀로 쓰이는 경우, 어떤 형태소 뒤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가 오는 경우, 어떤 형태소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실질 형태소가 오는 경우에 평파열음화가 적용된다. 모음으로 시작하는 문법 형태소가 후행하지 않는 한 평파열음화는 적용된다.
모음으로 시작하는 문법 형태소가 후행하면 연음이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평파열음화는 연음이 일어나지 않는 환경에서 반드시 적용된다고 구체화할 수 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적용환경이다. 평파열음화는 연음과 상호배타적인 양상을 보인다. 즉 연음이 일어나는 환경에서는 평파열음화가 일어나지 않고, 평파열음화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연음이 발생할 수 없다. 자음으로 시작하는 형태소가 오는 경우에는 무조건 평파열음화가 일어난다. 물론 평파열음화가 일어나야 하는 입력형인 경우에 한정해서 발생한다. 모음으로 오는 형태소가 올 때가 헷갈릴 수 있는데, 뒤에 오는 형태소가 형식 형태소면 연음이 일어나고 (음운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실질 형태소가 오면 평파열음화가 적용된다. 이는 자음군 단순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원리를 설명해보자면, 실질 형태소가 뒤에 올 때는 그 실질 형태소의 형태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한번 끊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반면 형식 형태소의 경우에는 그 형태를 보존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서인지 연음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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