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한국어 표준 문법', 유현경 외 9명, 집문당을 바탕으로 작성하고 개인적 의견을 첨부하였습니다.
저번 포스트에서 3가지 유형의 경음화에 대해 다루었다.
1. 평파열음 뒤의 경음화
2. 용언 어간 말음 'ㄴ, ㅁ' 뒤의 경음화
3. 관형사형 어미 '-(으)ㄹ' 뒤의 경음화
오늘 다루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한자어 내부에서 'ㄹ' 뒤의 'ㄷ, ㅅ, ㅈ'의 경음화이고, 두 번째는 사잇소리 현상으로서의 경음화이다. 먼저 한자어 내부의 경음화를 보자면 다음과 같은 예가 있다.
결단[결딴], 몰두[몰뚜], 결심[결씸], 몰수[몰쑤], 결정[결쩡], 발전[발쩐]
주의할 것은 한자어 'ㄹ' 뒤의 경음화는 'ㄷ, ㅅ, ㅈ'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경음화될 수 있는 평음 중에 'ㅂ'과 'ㄱ'에는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빙[결빙], 발각[발각], 불구[불구]
'ㄷ, ㅅ, ㅈ'은 치조음과 경구개음으로 혀의 앞부분이 관여하는 자음이고 'ㅂ'과 'ㄱ'은 혀와는 관계없는 두 입술이나 혀의 뒷부분인 연구개가 관여하는 자음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ㄹ'의 조음 위치 때문이다. 'ㄹ'은 '치조유음'으로 혀의 앞부분이 관여하기 때문에 동일하게 혀의 앞부분이 관여하는 평음이 발음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사잇소리 현상에 대해서 알아보자. 사잇소리 현상은 상당히 복잡한 음운 현상인데, 경음화가 발생하는 사잇소리 현상과 'ㄴ'소리가 덧나는 사잇소리 현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잇소리 현상으로서의 경음화는 명사끼리 결합하여 합성어가 만들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경음화는 합성어를 이루는 성분 사이의 의미 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일어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대략 의미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데,
앞말이 뒷말의 '시간, 장소, 기원, 용도, 소유주'인 경우에 발생한다. 예시는 다음과 같다.
(1) 내 + 가 = 냇가 [내까/낻까], 코 + 등 = 콧등 [코뜽/콛뜽], 기 + 발 = 깃발 [기빨/긷빨], 해 + 살 = 햇살 [해쌀/핻쌀]
(2) 길 + 가 = 길가 [길까], 눈 + 동자 = 눈동자 [눈똥자], 아침 + 밥 = 아침밥 [아침빱]
(1)의 '냇가'를 예시로 설명하면, '내'와 '가'가 합성된 합성 명사이다. 어떤 이유로 뒤의 음절에서 된소리되기가 발생하는지 공시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이를 표기에 반영하기 위해 '사이시옷'을 표기한 것이다. 이렇게 명사 어근이 합성되면서 왜 발생하는지 모르는 가운뎃소리를 '사잇소리'라고 하고 '사이시옷'은 이를 표기에 반영한 것이므로, 음운 현상과 표기를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통시적으로 보면 중세국어의 관형격 조사 'ㅅ'이 합성 명사 사이에 끼어들어가서 합성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글 맞춤법의 제30항에 의해 (1)의 예들은 사이시옷이 표기되지만 (2)의 예들은 사이시옷이 표기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는 표기에 국한될 뿐 (2)의 예들에 보이는 경음화도 기본적으로는 (1)과 동일한 현상이다.
추가적으로 책에 있는 내용을 가져오면 다음과 같다.
사이시옷 표기와 경음화
사이시옷이 표기된 경우에는 경음화된 발음을 교육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잠자리, 초점, 고소장' 등 무수한 단어에는 '한글 맞춤법'의 원칙에 의해 사이시옷이 표기에 반영되지 않는다. 현대 국어에서 합성어가 만들어질 때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히 가를 수 있는 형태론적인 기준이 밝혀져 있지 않으므로, 사이시옷이 표기되어 있지 않으면서 뒤의 단어가 경음으로 발음되는 경우에는 개별 어휘별로 경음화를 따로 교육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한글 맞춤법'에서 경음화와 관련하여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도록 규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0항
1.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고랫재, 귓밥, 나룻배 등.
2.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귓병, 머릿방, 뱃병 등.
3. 두 음절로 된 다음 한자어: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위의 인용에서 알 수 있듯이,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시옷 표기 간에는 괴리가 있다. '냇가'는 원래의 형태가 '냇가'인 것이 아닌 '내가'인데 된소리가 나는 현상을 가장 표기에 적절하게 반영하는 방법이 '냇가'라고 판단하여 사이시옷을 표기하게 된 것이다. 반면에 '눈동자'의 경우에 [눈똥자]로 발음되면서 'ㄷ'의 경음화가 발생하지만 이것이 표기에 반영되지 않고, 형태론적으로 조건을 짓기에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표기의 일관성을 위해 북한에서는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다는 것만 봐도 사잇소리 현상과 그 표기가 골치 아픈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한글 맞춤법' 제30항 3에서 제시하는 다음 여섯 개의 한자어,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는 이미 표기가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표기한다. 사이시옷 표기는 합성된 명사 어근 중에 고유어가 존재해야 하며, 둘 다 한자 어근으로 이루어진 것에는 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오랜지빛[오랜지삗]과 같은 경우, 외래어 어근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사잇소리 현상을 마저 이해하기 위해서는 'ㄴ첨가'와 관련된 내용을 알아야 한다. 이는 'ㄴ첨가' 포스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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