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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국어

비음화

by minzero1114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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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한국어 표준 문법', 유현경 외 9명, 집문당을 바탕으로 작성하고 개인적 의견을 첨부하였습니다. 

 

1. 평파열음의 비음화

비음화는 비음에 선행하는 평파열음이 비음의 조음 방법에 동화되어 비음으로 바뀌는 음운 현상이다. 비음화의 적용을 받는 자음이 평파열음으로 제한되는 것은 평파열음화의 적용과 무관하지 않다. 비음 앞의 장애음은 음절 종성에 놓이므로 평파열음화의 적용을 받는다. 그래서 비음화는 실질적으로는 평파열음에만 적용된다. 한편 비음 중에서 연구개 비음 'ㅇ'은 음절 초성에서 발음될 수 없으므로 실질적으로 비음화를 일으키는 비음은 'ㅁ,ㄴ'으로 한정된다. 결국 비음화는 평파열음 뒤에 'ㅁ, ㄴ'이 결합할 때 일어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비음화는 평파열음과 비음이 연속되는 것을 막는 국어의 음운론적 제약 때문에 일어난다. 그래서 비음화는 그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 매우 강력한 음운 현상이다. 

 

비음화는 조음 방법 동화에 해당한다. 자음 체계를 조음 방법과 조음 위치로 구분할 수 있으므로 각각의 자음은 조음 방법과 위치를 가지고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예를 들면, 'ㄱ'은 연구개 파열음, 'ㄷ'은 경구개 파열음, 'ㅂ'은 양순 파열음, 'ㅇ'은 연구개 비음, 'ㄴ'은 치조 비음, 'ㅁ'은 양순 비음이다. 이렇게 보면 'ㄱ'은 'ㅇ'으로 'ㄷ'은 'ㄴ'으로 'ㅂ'은 'ㅁ'으로 대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ㄷ'은 경구개음이고 'ㄴ'은 치조음인데, 'ㄷ'이 'ㄴ'으로 대치되는 이유는 경구개에서 발음되는 비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조음 위치의 비음으로 발음되는 것이다. 

 

평파열음의 비음화의 예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밥만[밤만], 막는[망는], 업는[엄는], 쏟는[쏜는]- 빛만[빋만][빈만], 닦는[닥는][당는], 덮는[덥는][덤는]- 닭만[닥만][당만], 읽는[익는][잉는], 밟는[밥는][밤는]

 

2. 'ㄹ'의 비음화

'ㄹ'의 비음화는 'ㄹ'을 제외한 자음 뒤에서 'ㄹ'이 동일한 조음 위치의 비음 'ㄴ'으로 바뀌는 음운 현상이다. 'ㄹ'의 비음화가 일어나려면 'ㄹ'을 제외한 자음으로 끝나는 형태소와 'ㄹ'로 시작하는 형태소가 결합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은 고유어에서는 충족되지 않는다. 그래서 'ㄹ'의 비음화는 한자어 또는 외래어에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ㄹ'의 비음화는 두 종류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초성 'ㄹ' 앞에 비음이 올 경우이다. 

- 경로[경노], 능력[능녁], [담론[담논], 홈런[홈넌]

 

이런 경우에는 'ㄹ'이 'ㄴ'으로 대치되고 다른 음운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음 예시가 쟁점이 있는데 이를 살펴보자.

- 독립[독닙][동닙], 협력[협녁][혐녁], 업로드[업노드][엄노드]

 

위의 예시를 보면 먼저 'ㄹ' 앞의 자음에 의해 'ㄹ'의 비음화가 일어나고 비음화가 일어난 'ㄴ' 앞에 놓인 자음, 즉 평파열음의 비음화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상호 동화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인접한 두 음이 서로 동화를 주고받는다는 상호 동화의 원래 개념을 고려하면, 이 예들을 상호 동화로 보는 데 문제점이 있다. 우선 비음화는 동화에 속하지만 'ㄹ'의 비음화는 동화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ㄹ'은 'ㄴ' 뒤에서 비음화되지 않고 오히려 앞의 'ㄴ'을 'ㄹ'로 대치시키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립, 협력' 등에서 선행하는 자음이 비음으로 바뀐 것은 그에 인접한 'ㄹ' 때문이 아니고 'ㄹ'의 비음화로 인해 나온 'ㄴ' 때문이다. 이처럼 관여된 두 가지 현상 중 하나가 동화라고 보기 어렵고, 원래부터 인접했던 자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도 아니라면 이것을 상호 동화로 간주해 온 방식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앞서 얘기한 'ㄹ'의 비음화 대신 'ㄴ'의 유음화가 발생하는 역행적 유음화의 예시를 보고자 한다. 

- 임진란 [임:진난], 입원료 [이붠뇨] : 'ㄹ'의 비음화

- 신라 [실라], 난로 [날로] : 역행적 유음화

- 음운론 [으문논 ~ 음울론], 공권력 [공꿘녁 ~ 공꿜력] : 'ㄹ'의 비음화와 역행적 유음화의 혼용, 표준 발음은 'ㄹ'의 비음화가 적용된 형태로 봄.

 

'ㄴ'과 'ㄹ'이 만날 때 'ㄹ'의 비음화와 역행적 유음화가 적용되는 조건에는 일정한 경향성이 있다. 하나의 단어로 굳어져 더 이상 분석이 어려운 경우에는 역행적 유음화가 잘 일어나는 데 반해 분석이 용이하여 두 요소로 나눌 수 있는 경우에는 'ㄹ'의 비음화가 잘 일어난다. 

 

'ㄹ'의 비음화는 전통적으로 동화의 일종에 속한다고 보아 왔다. 자음 접변 또는 자음 동화에 속하는 현상 중 하나로 'ㄹ'의 비음화가 빠짐없이 거론되었다. 또한 현행 표준 발음법에서도 'ㄹ'의 비음화에 해당하는 내용은 '음의 동화' 단원에서 다루고 있다. 그런데 'ㄹ'의 비음화가 동화에 속한다고 단언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앞서 보았듯이 'ㄹ'의 비음화는 'ㄹ'을 제외한 자음 뒤에서 일어나는데, 'ㄹ'을 제외한 자음들의 어떤 특징에 동화되어 'ㄹ'이 'ㄴ'으로 바뀌는지를 확정하기가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ㄹ' 앞에 오는 장애음이 먼저 비음으로 바뀐 후 그 뒤에서 'ㄹ'이 비음으로 바뀐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ㄹ'의 비음화가 비음 뒤에서만 일어난다고 보고자 하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역사적인 변화를 보면 'ㄹ' 앞의 장애음이 비음으로 바뀌는 변화는 확인할 수 없으며, 비음뿐만 아니라 장애음 뒤에서도 'ㄹ'의 비음화가 적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ㄹ'의 비음화를 동화로 보아야 할 필연성도 없고 동화로 보기 위해 또 다른 부자연스러움을 야기해야 한다면, 'ㄹ'의 비음화를 동화로 인정하지 않는 편이 더 타당한 해결책일 수 있다. 현재로서는 'ㄹ'의 비음화를 동화로 볼 언어학적 이유는 발견되지 않는다. 

 

학교문법은 설명을 위해서 문법 기술의 일관성이나 체계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편인데, 오히려 학생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문법이라는 것이 분석 체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다양한 이견 자체를 학습할 수 있는 게 문법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상과는 별개로 분석의 견해는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학생들은 문법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문법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으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과서에서 사용하는 '학교문법'이라는 분야를 따로 만들어 놓은 것뿐이다. 하지만, 학교문법이라고 해서 견해가 항상 일관된 것은 아니어서 내신 준비와 수능 준비를 함께 해야 하는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문법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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