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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국어

조음 위치 동화, 구개음화1

by minzero1114 202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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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한국어 표준 문법', 유현경 외 9명, 집문당을 바탕으로 작성하고 개인적 의견을 첨부하였습니다.

 

조음 위치 동화

앞 음절의 종성 자음과 뒤 음절의 초성 자음이 연쇄될 때 두 자음의 조음 위치가 동일해지는 현상을 조음 위치 동화라고 한다. 한국어의 조음 위치 동화는 역행 동화로서 뒤에 오는 자음의 발음을 예상해서 앞의 자음을 미리 뒤에 실현될 자음과 동일한 조음 위치로 옮겨서 발음하는 현상이다. 조음 위치 동화는 동화음이 양순음인 경우와 연구개음인 경우가 있다. 

 

조음 위치 동화는 표준 발음에 해당하는 음운 현상은 아니다. 다만 발음이 부정확한 사람들이 이렇게 발음하거나 실수로 이렇게 발음하게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두 발음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조음 위치 동화가 일어난 발음이 더 발음하기 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는 다음과 같다. 

 

1) 동화음이 양순음인 경우

젖먹이[전머기~점머기], 문법[문뻡~뭄뻡], 꽃밭[꼳빧~꼽빧]

 

2) 동화음이 연구개음인 경우

감기[감:기~강:기], 옷감[옫깜~옥깜], 있고[읻꼬~익꼬], 꽃길[꼳낄~꼭낄]

 

위의 예에서 보듯이 조음 위치 동화는 수의적 현상으로 조심스러운 발화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일상 발화에서만 나타난다. '감기'는 조심스럽게 또박또박 발음할 때는 [감기]로 발음되지만 일상 대화에서 빨리 발음할 경우에는 [강기]로 발음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조음 위치 동화가 적용된 발음은 표준 발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구개음화

끝소리가 'ㄷ, ㅌ'인 형태소가 모음 'ㅣ'로 시작하는 문법 형태소를 만나 경구개음 'ㅈ, ㅊ'으로 바뀌는 역행 동화 현상을 구개음화라고 한다. 이 현상은 치조음이 뒤에 오는 고모음 'ㅣ'의 조음 위치의 영향을 받아 미리 경구개음으로 바뀌는 현상이므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경구개음화라고 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구개음화라고 부른다. 이 현상이 동화인 이유는 조음 음성학적으로 고모음인 'ㅣ'의 조음 위치가 경구개에 가깝고, 치조음이 조음 위치를 닮아서 경구개음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음운 현상은 참 신기한 면이 있다. '굳이'라고 쓰여있는 걸 보고 언제부터 '[구지]'라고 발음했는지 기억하는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어 원어민들은 '굳이'를 [구디]라고 발음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를 분석하는 것이 문법인데 학교에서 하는 간단하게 하는 설명은 [구지]라고 발음하는 것이 [구디]라고 발음하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이를 '발음의 편의성' 때문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발음하는 게 편한지를 고민할 수 있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먼저 'ㄷ'과 'ㅈ'의 조음 위치를 살펴보자. 'ㄷ'은 치조음으로 혀끝이 윗니와 입천장의 경계에서 발음된다. 'ㅈ'은 경구개음으로 혀 중간 부분보다 살짝 앞쪽과 딱딱한 입천장 사이에서 발음된다. 'ㅣ'를 발음해보면, 혀끝의 위치가 윗니와 입천장의 경계보다는 살짝 아래에서 발음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로 설명하니 장황하지만 직접 발음해보면, 'ㅈ'을 발음하기 직전의 혀 모양과 위치가 'ㄷ'을 발음할 때보다 'ㅣ'모음에 훨씬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다. 

 

구개음화의 예시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솥+이(소티)[소치], 밭+이랑(밭이랑)[바치랑], 물+받+이(물바디)[물바지], 땀+받+이(땀바디)[땀바지], 붙+임(부팀)[부침]

 

위의 예에서 보듯이 '티, 디'가 각각 '치, 지'로 바뀌었는데 이 경우 앞의 형태소는 어휘 형태소이며 '이'로 시작하는 뒤의 형태소는 문법 형태소에 한정된다. 이론적으로는 'ㄸ'도 'ㅉ'으로 변할 수 있으나 'ㄸ'으로 끝나는 어휘 형태소가 없기 때문에 피동화음이 'ㄷ, ㅌ'으로 한정되었다. 또한 구개음화의 동화음에 반모음 'j'로 시작하는 이중 모음을 포함시킬 수도 있으나, 그러한 구조의 문법 형태소가 'ㄷ, ㅌ'으로 끝나는 형태소 뒤에 오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동화음이 모음 'ㅣ'로 한정된 것이다. 

물론, '붙여서' 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면 '붙-'에 '-여서'가 결합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붙여'의 '-여서'를 분석해보면, '붙-'이라는 어근에 사동 접미사 '-이-'가 결합하면서 구개음화가 발생한 상태에서 연결어미 '-서'가 결합한 것이므로 '여'라는 음운에 의해서 구개음화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학교 시험에서 자주 나오는 예시가 '밭이랑'이다. 앞서 구개음화는 두 형태소의 경계에서 발생하는데, 뒤에 오는 형태소가 '문법 형태소'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랑'은 형식 형태소와 어휘 형태소가 동음이의 관계에 있는 형태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하면 다음과 같다. 

  • 이랑1  
  • [명사]
    1.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 물갈이에는 두 거웃이 한 두둑이고 마른갈이나 밭...
    2. 갈아 놓은 밭의 한 두둑과 한 고랑을 아울러 이르는 말.
    3. 물결처럼 줄줄이 오목하고 볼록하게 이루는 모양을 이르는 말. 또는 이런 모양에서 볼록한 줄을 오목한 줄에 ...
    [유의어] 두둑1묘배반묘1

 

  • 이랑2
  • [조사]
    1. 어떤 행동을 함께 하거나 상대로 하는 대상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2. 비교의 기준이 되는 대상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3. 둘 이상의 사물을 같은 자격으로 이어 주는 접속 조사.

 

이랑1의 경우에는 명사로 어휘 형태소(실질 형태소), 이랑2의 경우에는 조사로 문법 형태소(형식 형태소)이다. 따라서 문장에서 이것이 어떤 뜻으로 사용된 건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보았듯이, '조사'인 '이랑'이 '밭'에 결합한 경우에는 연음이 일어나면서,

- 밭이랑 [바티랑] [바치랑] 으로 구개음화가 발생한다. 

 

반면, '명사'인 '이랑'의 경우에는 실질 형태소이므로 그 전에 오는 형태소가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먼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 밭이랑 - 음절의 끝소리 규칙 - [받이랑] - ㄴ첨가 - [받니랑] - 비음화 - [반니랑]

정리하면, 밭이랑 [받이랑] [받니랑] [반니랑] 과 같은 과정을 겪게 된다. 

 

이는 음운 변동에서 형태소의 종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즉, 음운론적 환경뿐 아니라 형태론적 조건이 음운 변동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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