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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국어

구개음화2

by minzero1114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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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한국어 표준 문법', 유현경 외 9명, 집문당을 바탕으로 작성하고 개인적 의견을 첨부하였습니다. 

 

공시적인 현상으로서의 구개음화는 형태소 내부에서는 실현되지 않는다. 다음 예에서 보듯이 형태소 내부의 '디, 티, 띠'는 현대 국어에서 구개음화를 겪지 않고 그대로 실현될 수 있다. 

견디다, 마디, 반디, 어디, 잔디, 느티나무, 띠다

 

공시적이라는 말은 역사적인 언어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문법으로만 분석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관점을 말한다. 위의 예를 보면 형태소 내부의 '디, 티, 띠'는 구개음화를 겪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공시적으로 구개음화가 형태소 내부에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엽 경인 근대 국어 시기에 형태소 내부의 '디, 티, 띠'에 구개음화가 적용되어 해당 형태소들의 '디, 티, 띠'가 모두 '지, 치, 찌'로 바뀌었고 위의 예는 당시에 모음 'ㅣ'가 아니라 'ㅢ'를 가지고 있떤 형태소들이었기 때문이다. 

 

위의 예들은 중세 국어 때 '견듸다, 마듸, 반듸, 어듸, 잔듸, 느틔나모, 띄다'의 형태를 가졌던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구개음화가 발생하던 시기에 구개음화가 발생하지 않고 'ㅡ'탈락 만 이루어진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면, 다음과 같은 예들은 역사적으로 구개음화가 발생하던 시기에 한 형태소 내부에서 구개음화가 일어난 예이다. 

 

디다>지다, 텬디>쳔지>천지, 티다>치다

 

형태소 내부에 적용되는 구개음화는 모든 형태소에 적용된 후 더 이상 적용될 대상이 없으므로 소멸하였다. 그리고 구개음화 규칙이 소멸한 후 '견듸다, 마듸, 반듸, 어듸, 잔듸, 느틔, 띄다'의 모음 'ㅢ'가 'ㅣ'로 변하였다. 이 시기에는 공시적으로 형태소 내부에서는 구개음화가 적용되지 않게 되어 '디, 티'가 그대로 발음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음성적 구개음화에 대한 내용이다. 음성적 구개음화는 음운으로서의 변화는 발생하지 않지만, 물리적 소리인 음성이 변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구개음화의 유형에는 음소가 변동을 하는 음소 차원의 구개음화와 변이음 차원의 변동만 일어나는 음성 차원의 구개음화가 있다. 앞서 보았던 구개음화의 예는 음소 자체가 다른 음소로 바뀐 예이다. 반면 다음 예들은 변이음 차원의 변동 예이다. 

가느, 녀

고무, 마

앗, 말

, 달, 빨

 

'녀석'의 'ㄴ'은 '나라'의 'ㄴ'이 치조음으로 실현되는 것과는 달리 경구개음으로 실현되어 음소 자체에는 변화가 없지만, 음성적으로 달리 실현된 예이다. '사람'의 'ㅅ'과 '고무신'의 'ㅅ' 발음이 서로 다르고 '쌀의 'ㅆ'과 '씨앗'의 'ㅆ'이 다르며 '라면'이나 '알'의 'ㄹ'과 '달력'의 두 번째 음절 초성의 'ㄹ'의 발음이 다른데, '녀석, 고무신, 씨앗'의 'ㄴ, ㅅ, ㅆ'과 '달력'의 '력'에서 실현되는 'ㄹ'은 모두 경구개음으로 발음된다. 

일반적으로 'ㅅ, ㅆ, ㄹ, ㄴ'은 음성적으로 치조음인데 뒤에 모음 'ㅣ'나 반모음 'j'가 올 때는 경구개음으로 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개음화는 하나의 음소가 다른 음소로 변한 '밭이[바치], 물받이[물바지]'와는 달리 음소 자체는 그대로이지만 'ㅅ, ㅆ, ㄹ, ㄴ'이 경구개 위치의 변이음으로 실현된 것이므로 변이음 차원의 구개음화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초성 'ㄹ'의 구개음화는 'ㄹ'이 겹쳐 나야 한다는 조건이 덧붙어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경우는 'ㄹ'이 모음 'ㅣ' 앞에 오지만 설측음이 아닌 탄설음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위의 예들 외에 '쉼'처럼 'ㅅ'이 'ㅟ' 앞에서 [ʃ]로 실현되는 현상도 변이음 차원의 구개음화에 해당한다. 

변이음 차원의 구개음화는 학교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는 내용이다. 내용 자체가 어렵고 고등학생 수준에서는 굳이 필요한 지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지식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음운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으며, 음운과 음성의 개념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리적인 소리는 변하더라도 뜻이 통하는 데에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음운을 '말의 뜻을 구별해주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정의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다음은 방언의 구개음화에 대한 내용이다. 각각 'ㄱ-구개음화', 'ㅎ-구개음화'라고도 한다. 

방언에 따라서는 'ㄱ, ㅎ'이 뒤에 오는 모음 'ㅣ'나 반모음 'j'의 영향을 받아 각각 'ㅈ, ㅅ'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1) 기름 > 지름, 기둥 > 지둥, 길 > 질, 김 > 짐
2) 힘 > 심

이 두 예는 단어의 첫머리에 놓인 'ㄱ, ㅎ'이 모음 'ㅣ'나 반모음 'j' 앞에서 구개음화를 겪은 예이다. 이 현상 역시 해당 방언에서는 형태소 내부에서 변한 결과만 나타나기 때문에 공시적인 구개음화라고는 할 수 없다. 

표준어에서는 'ㅎ' 구개음화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심줄'이나 '뚝심' 그리고 '심(소의 힘줄)'의 경우는 '힘'에 구개음화가 적용되어 변한 말이지만 그 변화 자체가 일어난 후 굳어져서 널리 쓰이기 때문에 표준어로도 받아들여진다. 한편 '형님'을 '성님'으로 발음하는 방언이 있다. 여기서 실현되는 '성'은 '형'의 'ㅎ'이 구개음화를 거쳐서 '셩'이 되었다가 'ㅕ'에서 반모음 'j'가 탈락하면서 변이음 [ʃ]로 실현되던 'ㅅ'이 치조음 [s]로 실현된 결과로 만들어진 어형이다. 

문법은 공부하면 할수록 우리말에 대해서 더 알아간다는 느낌을 준다. 왜 어떤 방언에서는 '형님'을 '성님'이라고 하는지 구개음화의 원리를 공부한다면 통시적인 관점에서 이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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