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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국어

모음의 대치, 반모음화

by minzero1114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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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모음화

단모음이 반모음으로 바뀌는 현상을 반모음화라고 한다. 이 현상은 다음 예에서 보듯이 ‘ㅣ’나 ‘ㅜ(또는 ㅗ)’로 끝나는 용언 어간이 ‘아/어’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때 일어난다.

기+어→기어→[겨:], 쑤+어→쑤어→[쒀;], 꼬+아→꼬아→[꽈:]

반모음화에는 결과적으로 실현되는 반모음에 따라 모음 ‘ㅣ’가 [j]로 실현되는 ‘j 반모음화(이-반모음화)’, 모음 ‘ㅜ’나 ‘ㅗ’가 [w]로 실현되는 ‘w 반모음화(우/오-반모음화)’가 있다.

이-반모음화는 ‘ㅣ’로 끝나는 용언 어간에 ‘어’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때 일어난다.

기+어→기어→[겨:], 비+어→비어→[벼:], 시+어→시어→[셔:]
띠+어→띠어→[뗘:], 이+어→이어→[여:]

위의 경우는 ‘[기어], [비어], [시어], [띠어], [이어]’로도 실현될 수 있어서 반모음화가 필수적이지 않고 수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모음화가 일어나면 두 개의 음절이 축약되어 하나의 음절로 실현되기 때문에 보상적인 장음화가 일어난다. 

수의적이라는 말은 임의적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문법 공부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즉, '수의적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현상이 언중의 의도에 따라 실현될 수도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위의 예시들은 반모음화가 실현되지 않은 상태로 발음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예시들이다. 

 

보상적 장음화

보상적 장음화란 반모음화가 발생하면서 음절이 하나 줄었기 때문에 길게 발음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서히 없어져가고 있는 추세지만, 우리말에는 '장음'이라고 하는 운소가 존재한다. 영어에서 강세, 중국어에서 성조가 말의 뜻을 구별하는 것처럼 우리말에는 '장음'을 통해 말의 뜻을 구별하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 썼던 포스트인 '음성과 음운'을 참고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말에는 비분절 음운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리의 길이를 통해 단어의 뜻을 구별하는 '장단'이라는 비분절 음운이 있으나, 나이가 많은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별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없어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night를 의미하는 '밤'은 [밤]으로 짧게 발음하고, chestnut을 의미하는 '밤'은 [밤:]으로 길게 발음한다. 표준어에는 장음에 따른 의미 구분이 사라져 가는 추세라 비분절 음운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나, 동남 방언에는 억양을 통해서 말의 의미가 구별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중세국어 때의 성조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https://myinsight-content.tistory.com/3 : 음성과 음운 포스트

 

그러나 반모음화 이후 반모음 탈락이 필수적으로 일어나는 다음의 경우에는 보상적 장음화가 실현되지 않는다.
지+어→져→[저], 치+어→쳐→[처], 찌+어→쪄→[쩌]

위의 경우는 ‘ㅣ’의 반모음화가 일어날 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대 국어에서 반모음 ‘j’가 경구개음 ‘ㅈ, ㅊ, ㅉ’ 뒤에서 발음될 수 없기 때문에 반모음화로 형성된 이중 모음 ‘ㅕ’에서 반모음 ‘j'가 다시 탈락을 하였다. 반모음 탈락과 함께 보상적인 장음화도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다음의 예는 다음절 어간 말음의 ’ㅣ‘가 겪는 반모음화이다.

이기+어→[이겨], 비비+어→[비벼], 돌이키+어→[도리켜]

이 경우는 표기에서는 ‘이기어, 비비어, 돌이키어’처럼 반모음화를 겪지 않은 상태로 실현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상적인 발음에서는 반모음화가 필수적으로 실현된다. 그리고 반모음화가 일어난 자리가 발화의 첫 번째 음절이 아니기 때문에 보상적 장음화는 실현될 수 없다. 현대 국어에서 장음은 발화의 첫 번째 음절에서만 실현되기 때문이다.

'다음절'은 말 그대로 어간이 2음절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경우에는 어간과 어미의 경계에서 반모음화가 발생하기는 하나, 우리말에서 장음이 첫 번째 음절에서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에 보상적 장음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내용이 그렇게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장음 자체가 우리말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오-반모음화는 ‘ㅗ’나 ‘ㅜ’로 끝나는 용언의 어간 뒤에 ‘아/어’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때 일어난다.

(1) 보+아→[봐:], 쏘+아→[쏴:]
(2) 누+어→[눠:], 두+어→[둬:], 쑤→어→[쒀:]
(3) 돌보+아→[돌:봐], 가두+어→[가둬]
(4) 오+아→[와], 배우+어→[배워], 태우+어→[태워]

(1), (2)의 경우는 ‘[보아], [쏘아], [누어], [두어], [쑤어]’로도 실현될 수 있어서 반모음화가 필수적이지 않고 수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모음화가 일어난 후에는 두 개의 음절이 축약되어 하나의 음절로 실현되기 때문에 보상적인 장음화가 일어난다. (3)은 다음절 어간 말음의 말음 ‘ㅗ’나 ‘’ㅜ‘가 겪는 반모음화이다. 이 경우는 ’돌보아, 가두어‘처럼 표기될 수도 있지만 일상적인 발음에서는 반모음화가 필수적으로 일어난다. 이 경우도 ’이기+어→[이겨]‘와 같은 예처럼 보상적 장음화는 실현되지 않는다. (4)는 반모음화가 일어나는 음절의 초성 자리에 자음이 없다. 이 경우에는 반모음화가 필수적으로 일어나서 ’오아, 배우어, 태우어‘와 같은 어형은 실현되지 않는다.

우/오-반모음화의 경우도 '이-반모음화'의 경우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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