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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국어

‘ㅣ’ 모음 역행 동화

by minzero1114 202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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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한국어 표준 문법', 유현경 외 9명, 집문당을 바탕으로 작성하고 개인적 의견을 첨부하였습니다.

현대 국어의 일상 발화나 방언에는 앞 음절의 후설 모음 ‘ㅡ, ㅓ, ㅏ, ㅜ, ㅓ’가 바로 뒤에 오는 음절의 전설 모음 ‘ㅣ’ 또는 반모음 ‘j'의 영향을 받아 다음 예에서 보듯이 전설 모음 ‘ㅣ, ㅔ, ㅐ, ㅟ, ㅚ’로 변하는 현상이 있다. 이 경우 앞의 모음이 뒤의 모음, 특히 ‘ㅣ’에 동화되었다고 하여 ‘ㅣ’ 모음 역행 동화라고 한다.

- 드리다 > [디리다], 어미 > [에미], 아기 > [애기], 죽이다 > [쥐기다], 고기 > [괴기]

다음의 모음 체계에서 ‘ㅡ, ㅓ, ㅏ, ㅜ, ㅗ’와 ‘ㅣ, ㅔ, ㅐ, ㅟ, ㅚ’를 각각 비교해 보면 전설 모음인지 아니면 후설 모음인지만 차이가 나고 원순성이나 혀의 높낮이에는 차이가 없다.

‘ㅣ’ 모음 역행 동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발음의 경제성에 있다. 예를 들어 후설 모음 ‘ㅏ’를 발음하면서 그 다음에 전설 모음 ‘ㅣ’를 발음하면 혀가 앞뒤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ㅏ’를 발음할 위치에서 미리 전설 모음 ‘ㅐ’로 발음한다면 조음 기관의 움직임이 최소화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발음의 경제성은 발음을 할 때 조음 위치와 방법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원리이다. 위의 예들을 표준 발음과 ‘ㅣ’모음 역행 동화가 발생한 발음으로 나누어서 발음해보면, 후자가 발음이 편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ㅣ’ 모음 역행 동화는 뒤에 있는 ‘ㅣ’ 모음이 앞에 있는 모음에 영향을 주어 뒤에 오는 음운이 앞에 오는 음운의 변동에 기여하므로 ‘역행 동화’라고 한다. 반대의 개념으로는 ‘순행 동화’ 있다. 또한, ‘ㅡ, ㅓ, ㅏ, ㅜ, ㅗ’가 전설모음으로 바뀐다는 측면에서는 ‘전설모음화’라고도 한다.

‘ㅣ’모음 역행 동화와 표준어
표준어에서는 기본적으로 ‘ㅣ’모음 역행 동화 현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내기, 시골내기, 신출내기, 풋내기’처럼 ‘-내기’가 붙은 단어나 ‘냄지, 동댕이치다’는 언어 변화가 완전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해서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이들 중 ‘서울내기, 시골내기, 신출내기, 풋내기’는 ‘서울나기, 시골나기, 신출나기, 풋나기’ 등이 어색하다는 점이 고려되어 일괄적으로 ‘-내기’가 표준어형으로 인정된 것이다. 표준어 규정 제9항의 ‘붙임1’에는 ‘아지랑이’를 표준어로 삼고 ‘아지랭이’는 비표준어형으로 처리한다고 되어 있다. ‘아지랭이’는 한동안 교과서에 반영되어서 표준어로 인식되는 듯했으나 현실적으로 ‘아지랑이’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는다.
‘ㅣ’모음 역행 동화와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표준어 규정 제9항의 ‘붙임 2’의 “기술자에게는 ‘-장이’, 그 외에는 ‘-쟁이’가 붙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라는 규정이다. 같은 ‘-쟁이’가 붙어 있어도 이 ‘붙임 2’에 따라 ‘미쟁이, 유기쟁이’는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지만 ‘멋쟁이, 소금쟁이, 담쟁이덩굴, 골목쟁이, 발목쟁이’는 표준어로 인정되고 있다. ‘-장이’와 관련하여 논란이 많기 때문에 타협안으로 ‘장인’이란 뜻이 살아 있는 말은 ‘-장이’를 표준어형으로 인정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쟁이’를 표준어형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는 ‘미장, 유기장’ 등의 한자어 어원 의식에 따른 결정 결과라고 하겠다. 이 규정에 의해 ‘갓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표준어로 ‘갓장이’가 되고, ‘갓을 먼들어지게 쓰는 사람’은 표준어로 ‘갓쟁이’가 되었다. 이 규정은 논란이 많은 어형에 대해 인위적으로 판단을 내린 결과이다. ‘ㅣ‘모음 역행 동화에서 변화를 겪는 모음인 ’ㅡ, ㅓ, ㅏ, ㅜ, ㅗ‘를 피동화음이라고 하고 변화의 원인이 되는 ’ㅣ‘를 동화음이라고 하는데, 다음 예에서 보듯이 피동화음과 동화음 사이에 양순음 ’ㅂ, ㅍ, ㅃ, ㅁ‘이나 연구개음 ’ㄱ, ㅋ, ㄲ, ㅇ‘이 올 때 ’ㅣ‘모음 역행 동화가 잘 일어난다.


문법을 공부하다보면 관통하는 원리를 알게 되는데, 그중에 하나가 사용의 형태가 굳어진 것은 표준어로 인정하거나, 혹은 발음 나는 대로 표기하거나 하는 원리이다. 문법은 언어를 분석한 것이기에 체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언어 사용의 주체는 ‘언중’이므로 ‘언중’의 사용이 문법을 분석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 아비 > [애비], 잡히다 -> 자피다 > [재피다], 고삐 > [괴삐], 어미 > [에미]
- 먹이다 -> 머기다 > [메기다], 먹히다 -> 머키다 > [메키다], 뜯기다 -> 뜯끼다 > [띧끼다], 멋장이 -> 먿짱이 > [먿쨍이]

개재 자음이 치조음이나 경구개음인 ‘ㄴ, ㄷ, ㅌ, ㄸ, ㅅ, ㅆ, ㅈ, ㅊ, ㅉ’일 경우에는 ‘ㅣ’ 모음 역행 동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니, 마디, 마시다, 바지’ 등이 ‘애니, 매디, 매시다, 배지’로는 실현되지 못한다. 그러나 개재 자음이 치조음 ‘ㄹ’일 경우에는 ‘ㅣ’모음 역행 동화가 간혹 실현되기도 한다. - 다리미 > [대리미], 드리다 > [디리다]

표준어에서는 ‘ㅣ’모음 역행 동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일상 발화와 방언에서 ‘ㅣ’모음 역행 동화는 매우 빈번하게 발견되는 현상이다. - 아비 > [애비], 어미 > [에미], 고기 > [괴기]
- 법+이 -> (버비) -> [베비] 중부 방언에서 일어나는 ‘ㅣ’모음 역행 동화는 ‘아비>[애비]‘ 등의 예와 같이 대게 형태소 내부에서만 실현되고 ’법+이 -> [베비]‘와 같이 형태소 단위를 넘어서서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형태소 단위를 넘어서서 동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일부 존재한다. (1) 더 이상 책을 보기 싫다. -> *뵈기 싫다 (실현되지 않음.)
(2) 그 사람 보기 싫어.(밉상스럽다) > 뵈기 싫다 > 베기 싫다 > 비기 싫다(실현 가능함.)

(1)과 (2)를 비교할 때 (1)은 형태소 단위를 넘어서 ’ㅣ‘모음 역행 동화가 적용되지 않은 예이다. 그런데 (2)의 ’보기 싫다‘는 (1)의 ’보기 싫다‘와 동일한 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ㅣ‘모음 역행 동화가 일어날 수 있다. (2)에서 ’ㅣ‘모음 역행 동화가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2)의 ’보기 싫다‘가 보-, -기, 싫-’로부터 형성되었지만 (1)의 ‘보기 싫-’과는 달리 ‘보기싫-’ 자체가 “밉상스럽다”라는 새로운 의미를 가지면서 하나의 형태소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언에 따라서는 명사에 조사 ‘이’가 결합할 때나 형용사 ‘이-’가 결합할 때, 또는 후설 모음으로 끝나는 어간에 접미사 ‘-기가 결합할 때 ’ㅣ‘모음 역행 동화가 실현되기도 한다. 이 현상은 특히 서남방언, 동남 방언이나 동북 방언의 노년층에서 활발하게 나타난다.

- 법+이 -> [베비], 바람+이라고 -> [바래미라고], 가+기->[개기]

단어 내부에서 일어나는 ’ㅣ‘모음 역행 동화는 형태소 내부에서 변한 결과가 남아 있는 것이므로 통시적인 현상에 속한다. 반면에 형태소 단위를 넘어서서 일어나는 ’ㅣ‘모음 역행 동화는 공시적인 현상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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