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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독서교육

해독과 독해, 독서 능력, 독서교육론 - 사회평론

by minzero1114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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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독과 독해의 통합적 관계로 이루어진 독서 능력

독서 능력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독서 능력에 대한 규명은 독서 능력의 상위 개념을 언어 능력으로 정의한 연구자들의 논의로부터 출발한다. 1970년대 전 올레(John Oller)는 언어 능력에 대해 "어떠한 하위 구성 능력들로 구분할 수 없는 하나의 단일한 능력 체계라고 설명하면서 단일 능력 가설(Jnitary competence Hypothesis)을 주장하였다. 이 가설에 따르면, 언어 능력은 빈칸 메우기나 받아쓰기와 같이 총체적이고 통합적 과제로만 평가할 수 있는 단일한 능력이며, 독서 능력도 독후감이나 요약문과 같이 하나의 통합적 독서 과제로만 평가될 수 있는 단일한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후 그는 일반적인 독해 기능과 어휘력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단일 능력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후 언어학자인 찰스 앨더슨(Charles Alderson, 2000)이 독서 능력을 해독(decoding)과(독해)/reading comprehension)라는 두 기능 요소 간의 통합적 관계로 정의하면서, 독서 능력을 하위 독서 기능들의 통합 관계로 설명하는 것의 일반화되었다. 

독서 능력을 해독과 독해의 통합적 관계로 설명하는 방식은 독서에 대한 일련의 정의들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다. 로벡과 월리스(Robeck & Wallace,1990)는 독서에 대해 "텍스트를 해독하고 이해하기 위한 여러 인지적 기능들의 총체적 수행 과정”이자 “독자가 텍스트와 인지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독자가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표지나 상징들로부터 구성된 정보를 실제적 의미로 전환하고, 이를 독자의 기존 인지 및 정의 구조에 통합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함을 시사한다. 최숙기(2011)에서도 독서 능력에 대해 “제시된 정보의 표지를 정확히 의미와 대응시키고, 이를 통해 구성된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며,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반영하여 의미를 형성할 수 있는 독자의 총체적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독서 능력을 해독과 독해라는 하위 독서 기능 간의 관계로 정의하고 독서 능력을 독서의 세부 기능들로 체계화하는 방식은 독서 교사, 교과서 개발자, 언어평가 전문가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독서 능력을 구성하는 기능과 그 기능을 구성하는 하위 요소에 따라 교육의 내용 요소를 설정하고, 이를 학년별로 위계화하고, 성취 수준을 결정할 때 독서 능력을 하나의 단일한 능력 요소로 설명하기보다, 세분화된 기능 요소들의 총합으로 설명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의 독서 평가 요소를 정립한 연구자인 바렛(Barrett, 1976)이 독서 능력의 위계화와 독서 기능 체계 세분화의 본질적 목적이 독서 교사들이 독해 검사를 위한 질문을 개발하는 것을 돕는 데 있다고 설명하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독서의 기능을 과연 세부 기능들로 체계화할 수 있는가? 체계화는 가능하나, 과연 그 세부 기능들의 총합이 독서 기능 전체를 포괄한다고 볼 수 있는가? 앞선 글에서 보았듯, 독서는 워낙 복잡한 인지적 기능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기능을 체계화해서 가르치기는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학생들이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경험적인 측면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더불어, 비계 설정을 통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교사가 도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사들이 질문을 개발하는 것이 독서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라면, 이러한 접근은 타당하다고 본다. 학생들의 독서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그 기능을 구성하는 세부 기능들을 체계적으로 숙지하고 그것을 질문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서 능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

독서 능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독서교육을 실천하는 교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독서 능력을 규정하는 바에 따라 독서교육의 지향점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독서 능력에 대한 규정을 위해 독서 교사는 현재 시점의 독서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독서관이란 독서를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한다. 독서관은 특정한 시대나 시기별로 변화해 왔으며, 독서 능력은 이러한 독서관에 의해 규정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의미’가 텍스트 속에 존재하며 독자는 그것을 ‘낚아 올리는 사람’으로 여겼다. 이때의 독서란 필자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활동이었다. 즉 과거의 독서관에 따르면, 독서는 ‘독자가 필자의 메시지를 자신의 머릿속에 정확히 옮기는 과정’으로 규정될 수 있다. 반면에, 오늘날에는 ‘의미’는 독자가 자신의 배경지식과 경험을 텍스트와 상호 작용해가는 과정에서 구성되는 것이며 독자는 의미 구성의 주체라고 볼 수 있다. 이때의 독서는 ‘독자와 텍스트, 독서 맥락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이며, 오늘날의 독서관에 따르면 독서는 ‘독자가 능동적으로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으로 규정될 수 있다. 

과거의 독서관을 따르는 교사는 저자에 대한 정보를 고려하여 독자가 글을 읽도록 하거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필자 중심의 독서지도 활동에 열중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독서관을 따르는 교사는 독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글을 읽고 상황을 고려하여 적극적으로 의미를 추론하거나 내용에 대해 평가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독자 중심의 독서지도 활동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또한, 독서 교사는 독서 능력을 구성하는 요인들과 그 요인들의 발달 특성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독서 능력, 해독, 독해의 통합적 관계에 대한 이해나 각각의 세분화된 하위 독서 기능들에 대한 이해는 독서지도를 위한 독서 내용 체계를 마련하고 위계화하도록 도울 뿐 아니라 독서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독서 능력의 하위 요소별 세분화나 요소 간의 위계화를 논의할 때, 독서 교사는 소위 기능 중심의 독서교육에 대한 비판적 접근들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연 실제적 독서 맥락과 분리되어 독서 기능 연습에만 집중하는 지도 방안이 바람직한가? 하위 요소별 독서 기능들을 분리하여 반복적으로 지도하였을 때 독자의 독서 능력은 온전히 발달할 수 있는가? 이는 너무나 익숙한 자전거를 타는 방법의 예로 환원될 수 있다. 핸들을 다루는 법, 브레이크를 당기는 법, 페달을 밟는 법을 분리하여 배운 아이가 곧바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가?

독서 능력은 실제적인 독서의 맥락에서 여러 독서 기능들이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길러질 수 있다. 또한 실제로 독서를 하는 맥락에서는 독서의 기능들이 항시 동일하게 사용되지는 않으므로 상황에 알맞게 적절한 독서 기능을 접목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 목적에 맞게 적절한 방식으로 독서 기능이 선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독서 전략’이다. 저명한 독서 전문가인 리처드 바카(Richard Vacca)는 ‘유창한 해독자’가 아니라 ‘전략적 독서가’로의 전환이 독서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기본 독서 기능은 해독 기능을 숙달한 독자는 독서의 유창성을 획득한 이후에 능숙한 독해자로, 그리고 전략적 독서가로 성장해 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전략적 독서가는 독서의 전, 중, 후 과정에 걸쳐 자신의 배경지식과 경험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추론하며 획득한 정보를 종합하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전략적 독서가는 독서의 전체 과정에서 자신이 잘못 이해한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원인이 발생하게 된 독서 방법상의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조정해 나갈 수 있다. 이는 독자의 독서 능력을 온전히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독서 기능에 대한 분리적 지도가 아니라 실제적인 독서 맥락에서 독서 기능과 독서 전략과의 관계를 살펴 지도해야 함을 뒷받침해 준다. 

실제적인 독서 맥락이 중요하다. 수능 독서를 예로 들면, 우리는 문제를 풀기 위해 지문을 읽는다. 이는 ‘실제적’인 독서 맥락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수능의 본질이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라면 그 목적을 실제적 맥락과 연결 지을 수 있다.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서 전공 서적들과 다양한 논문을 접하게 되는데, 대학에 입학해서 논문들을 읽어보면 수능 독서 지문은 쉬운 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시험은 시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어 보이는 수능 독서 지문도 사실은 대학 수학능력을 시험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실제적으로 논문을 독해하는 능력이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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