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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독서교육

독서의 본질과 과정으로서의 독서, 독서교육론 - 사회평론

by minzero1114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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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심리학의 관점으로부터 인지심리학의 관점으로의 변화는 독서에 대한 정의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글이라는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이해되었던 독서가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으로 새롭게 정의되었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에 따른 관점은 글을 중심으로 하여 독서를 이해하는 접근법이라면, 인지심리학에 따른 관점은 독자를 중심으로 하여 독서를 이해하는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의 중심이 '글'로부터 '독자'로 변화된 것은 실로 매우 큰 변화여서 독서 패러다임의 변화로까지 지칭하기도 한다.


독서의 본질: 의미 구성의 과정

인지심리학의 관점이 수립된 이후로 독서의 본질은 의미 구성의 과정이라는 독서의 정의에서 찾을 수 있다. 인지심리학의 관점에 따라 수립한 독서의 정의가 독서가 가지고 있는 본원적인 특성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질'은 '현상' 너머에 존재하는 본원적 특성이므로 행동주의 심리학의 관점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눈동자를 움직여 문자를 판독하는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근원적인 특성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보지 않는다. 이 관점에서는 눈으로 관찰 가능한 현상(독서 행동)이 존재할 뿐 그 너머에 존재하는 별도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펜스를 향해 날아가는 4번 타자가 친 야구공도 땅에 떨어지고, 한더위를 식혀 주는 소나기의 빗방울도 땅에 떨어지며, 가을의 전령사인 밤나무의 알찬 알밤도 땅에 떨어진다. 어떤 물체이든 땅으로 떨어지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낙하 현상 너머에 본질로서 중력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중력)은 각각의 모든 현상(낙하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눈동자를 움직여 문자를 판독하는 현상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본질은 무엇일까? 인지심리학이 설명하는 것처럼, 바로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정신 작용이 존재한다. 모든 물체가 떨어지는 것처럼, 글을 읽고 이해를 추구하는 독서에는 모두 정보 처리 과정으로서의 의미 구성 과정이 존재한다.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며 묵독하며 읽든, 소리를 내며 읽든, 그것이 독서라면 의미 구성의 과정은 반드시 존재한다. 이 의미 구성의 과정을 수행함으로써 독자는 독서의 결과로서 의미를 얻게 된다. 그러므로 독서의 본질은 의미 구성의 과정이라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의미 구성의 과정
독서의 본질이 의미 구성의 과정이라는 말이 시사하는 바는 글에도 나와 있다시피 독서의 중요한 요소가 ‘글’에서 ‘독자’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의미를 구성하는 것은 독자이다. 고정된 글이 아니다. 글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의미를 구성해야 글에 의미가 생긴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과정으로서의 독서: 전략과 초인지

독서의 본질이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라는 점에 있다는 점을 수용한다면, 독서가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서의 ‘결과'로 얻게 되는 의미는 정보 처리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정보 처리의 과정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미 구성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보 처리의 과정은 곧 의미를 구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 처리 과정이라는 말과 의미 구성 과정이라는 말이 각각 쓰이고 있지만, 이 둘은 사실 차이가 없다. 처리해야 할 대상을 정보로 보는가 아니면 의미로 보는가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가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처리 단계마다 적절한 전략을 동원해야 한다. 글을 읽고 글로부터 정보를 수용하여 효과적으로 처리하려면 독자는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각각의 처리 단계마다 독서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가령 중심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면, 핵심어를 찾는 처리 단계를 거쳐야 하며, 이 단계를 올바로 처리하려면 핵심 단어를 확인하는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능숙한 독자는 단계마다 동원할 수 있는 전략의 레퍼토리를 풍부하게 갖추고 있으며, 각 단계의 목표(문제 해결)에 적합한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글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구성해 낸다. 반면 미숙한 독자는 글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구성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각각의 단계마다 요구되는 전략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 단계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전략을 숙달하지 못함으로써 전략을 적용할 수 없고, 그 결과 의미를 구성하는 데 실패하고 만다. 이처럼 의미 구성 과정은 구분 가능한 각각의 단계로 진행되며, 각각의 단계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전략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각 단계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쓰이는 전략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각각의 처리 단계가 올바로 수행되었는지를 점검하고 조정하는 또 다른 전략도 필요하다. 처리 단계가 올바로 수행되었다면 그것은 그 단계에서 적용한 전략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행이 효과적이지 못할 때에는 적용한 전략을 적절한 것으로 조정해 주어야 한다(Hacker, 1998). 어떤 전략을 활용해서 핵심 단어를 찾고자 했지만, 올바로 찾아내지 못했다면 그 전략을 다른 전략으로 바꾸어 적용해 보아야 한다. 이처럼 각각의 처리 단계에 적용된 전략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정신적 기제를 초인지(meta cognition, 상위인지)라고 부른다. 초인지는 의미 구성 과정에 적용된 독서 전략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상위 차원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읽고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은 독자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비가시적인 인지 작용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정보를 처리해 가는 과정을 아래의 그림처럼 그렸지만, 실제적으로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여 의미를 구성하는지는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MRI와 같은 첨단 장비로 머리를 촬영한다고 해서 정보를 처리해 가는 과정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독자가 독서 후에 보이는 반응이나 행동을 통해서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추론할 수 있을 따름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이 비판했던 것처럼, 의미 구성의 과정은 객관적인 관찰이 불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지심리학자들이나 독서 연구자들이 정보를 처리하고 의미를 구성해 가는 인지 작용을 명료하게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완벽한 도달점에 이르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의미를 구축해 가는 독서 과정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꿈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독서 과정을 완벽하게 규명하고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 인지 전략과 메타인지 전략
공부를 잘하려면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어떤 인지 전략을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 전략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메타인지라고 한다. 글을 읽을 때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전략을 활용한다. 목차를 먼저 읽을 수도 있고, 수능 문제를 푸는 특정한 상황에서는 밑줄을 치거나, 강조 표시하는 전략을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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