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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독서교육

독서를 보는 두 가지 관점, 독서교육론 - 사회평론

by minzero1114 202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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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서에 대한 행동주의 심리학적 관점

20세기 초반의 심리학은 행동주의적 경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주관적 내부 상태’를 연구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음의 주관적 내부 상태란 지각, 기억, 정서와 같은 심리학적 개념을 뜻한다(Ledoux, 최준식 역, 2006:35-36).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이전 세대의 심리학자들이 주요 주제로 다루어 왔던 마음의 주관적 내부 상태를 더는 다루어서는 안 되며,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인간의 행동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리 분별의 원천을 이룸으로써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사고 또는 판단의 바탕을 이루는 '의식은 객관적인 관찰이 불가능하므로 과학적인 심리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주장은 매우 급진적일 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심리학의 과학화를 원했던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지지를 받았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지지했던 데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20세기 초반,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이 믿을 수 없는 '사이비 학문으로 치부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들은 심리학을 과학적 학문으로 세우려면 연구의 과학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았다. 당시 심리학자들은 연구 대상을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것으로 한정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행동주의 심리학이 전제하고 있는 자극 수용과 행동 반응의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Ledoux, 최준식 역, 2006:37)

 

행동주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독서 과정

 

그림에서 '감각 입력'은 '자극'에, '행동 반응'은 반응'에 해당한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가 '블랙박스'에 감추어져 있다고 보았다. 앞에서 언급했던 마음의 주관적인 내부 상태도 모두 이 블랙박스에 담겨 있다는 셈이다. 말뜻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블랙박스는 관찰이 불가능하므로(눈으로 볼 수 없으니 '블랙박스'라고 명명한 것임.) 연구 대상이 될 수 없고 관찰 가능한 '감각 입력'과 '행동 반응'만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행동만을 연구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독서는 눈으로 문자를 해독하는 행위만 연구 대상으로 다룰 수 있다. 독서가 머릿속의 정신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수용한다고 해도 마음의 주관적 내부 상태를 배제했던 행동주의 심리학의 관점에 서는 이를 연구 대상으로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신 작용은 객관적으로 관찰이 불가능하며, 오로지 글에 나열된 문자를 해독하는 것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독서를 문자 해독으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 이론과 지식 그 자체에만 집중해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어떤 이론을 공부할 때, 그 이론이 탄생하게 된 사회적, 역사적 배경이 개입되면 이해가 쉽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이 ‘사이비 학문’으로 취급되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이것이 그들이 ‘블랙박스’를 설정하고 그 외부의 것들,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한 배경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관점에서 독서는 독자의 능동적 과정이 아니라 input과 output의 함수 관계로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2) 독서에 대한 인지심리학적 관점

이후 독서에 대한 관점은 인간이 정보를 어떻게 선택(주의, attention)하고 확인(재인, recognition)하는지, 그리고 그 정보를 어떻게 저장(기억, memory)하며 어떤 구조로 유지하는지(지식 표상, knowledge representation)에 관심을 둔 인지심리학이 발전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지심리학이 성립되는 데에는 기능주의(functionalism)가 영향을 미쳤는데, 이 기능주의에서는 지적 작용의 수행은 그것을 수행하는 주체나 도구가 서로 다르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머릿속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동일하다고 가정한다 (Ledoux, 최준식 역, 2006: 이정모, 2009: 227-229), 가령 인간과 컴퓨터가 한 수학 문제에 대해 동일한 값을 계산해 냈다면, 이 둘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정보의 처리 과정을 거쳤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하여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배제되었던 블랙박스는 다시 심리학의 주요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Anderson, 이영애 역, 2000:27).

인지심리학이 가정하고 있는 정보 처리 모형은 다음과 같다(Ledoux, 최준식 역, 2006:37) 이 모형은 행동주의 심리학이 배제했던 블랙박스가 세밀한 구조로 이루어진 장치로 묘사되어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 대비되는 인지 심리학의 특징은 바로 블랙박스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인지주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는 독서 과정


인간이 정보를 수용하여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인지심리학에서 독서에 관심을 기울였던 이유는 글을 읽는 행위가 바로 인간이 정보를 수용하는 가장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정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위의 그림에서 표시한 것처럼 감각, 즉 오감을 사용해야 한다(Stillings et al, 1995). “물건이 떨어져서 위험하다."는 외적 정보는 떨어지는 물체를 눈으로 확인하거나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파악해야 한다. 이를 파악한 후에는 위험에 관한 정보를 머릿속에서 처리하여 곧바로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그런데 인지심리학자들이 관심을 두었던 인간의 정보 처리는 '언어'로 입력하고 출력하는 것이 가장 적확하고 체계적이다. 언어를 활용해야만 정보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효과적으로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읽어보라고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정보 수용의 방법은 없다. 독서처럼 글쓰기도 정보 처리의 전과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연구 참여자에게 글을 써 보라고 하면 정보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인지심리학에서는 작문 연구도 폭넓게 수행해 왔다.


인지심리학의 관점에 따라 1980년 이후로는 독서를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인지적 처리에 따라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게 되었다. 앞선 모형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독서의 결과인 '이해는 ‘처리1, 처리2, 처리3, …‘과 같은 과정에 따라 이루어지며, 이 처리 과정, 다시 말해서 독자가 글을 읽고 정보를 수용하여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에는 독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러므로 정보를 처리한 후에 얻는 의미는 이미 저장되어 없던 정보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점에 주목하여 독서를 의미 재구성의 과정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독서를 의미 구성의 과정으로 부르든 의미 재구성의 과정으로 부르든 의미 처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 그다음의 연구
연구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다음의 연구들은 이전의 연구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것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논리적이지 않은 세계라고 여겨졌던 블랙박스를 들여다보게 된다. 이제 독서는 ‘input’과 ‘output’의 함수 관계에서 벗어나 논리적 방정식, 독서가 이루어질 때 인간의 머릿속에서 발생하는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된다. 
현재의 독서 교육도 인지 과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독서를 연구하는 교수님들에게는 지금 어떤 내용이 쟁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논의한 두 가지 관점만 두고 보면, ‘과정 중심적’ 독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독서라는 것은 글을 ‘이해’하는 것이고 학습자가 글을 이해했는지 못했는지의 여부는 입력과 출력만을 바탕으로 측정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이 글을 읽는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생각했는지를 알고, 어떤 기능과 전략을 선택하여 사용했는지를 알아야 학생의 독해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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