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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독서교육

스키마, 독서교육론 - 사회평론

by minzero1114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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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의미 구성: 스키마와 초인지의 작용

독서는 기본적으로 글과 독자의 상호 작용이며, 독서의 과정에서 독자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만일 글의 의미가 글 속에 결정되어 있다면, 동일한 글을 읽은 이들의 독해 결과도 동일해야만 한다. 그러나 '유령들의 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연구에서 동일한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가 상이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독자)은 자극(글)을 그대로 수용하는 블랙박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로써 독자의 인지 작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 독서는 기본적으로 글과 독자의 상호 작용
글을 능동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은 읽는 주체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진다. 하나의 글은 그 자체로 변하지는 않지만, 단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글'은 '독서 행위'에 의해서 의미가 구성되는데, 이는 '독자와의 상호 작용'을 기본적인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 유령들의 전쟁
유령들의 전쟁은 인디언 전설로, 이를 활용한 실험이 있었다. 영국의 심리학자인 프레데릭 바틀렛(Frederic bartlett)이 이 전설에 대한 글을 학생들에게 읽게 하고 회상을 수행하도록 한 실험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회상한 내용이 원문과 매우 달랐다.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독서를 포함한 인간의 인지 과정이 심리학의 중요한 연구 분야가 되었다. 그 결과 독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의미 구성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연구 성과가 축적되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능숙한 독자는 글의 내용을 자신이 가진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서 이해하고, 글에 제시되지 않은 정보나 필자의 의도를 추론했을 뿐만 아니라, 독서의 목적에 따라 자신의 독해 과정을 조절해 나가는 능동적인 존재였다. 이처럼 글과 독자가 힘의 균형을 이루고 상호 작용하는 관계로 인식되면서, 독서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이들은 글 중심의 독서관에서 벗어나 독자의 독해 과정에 관심을 갖고 탐구하게 되었다.


의미 구성의 기반: '스키마'의 개념
앞서 독서는 글 자료와 독자의 상호 작용임을 살펴보았다. 이때 독자는 자신이 축적해 온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독해를 시도한다. 독자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구조화된 지식의 총체가 바로 스키마(schema, 배경지식 혹은 사전 지식)이다. 스키마는 인지 구조의 기본 단위로 학문 분야에 따라서는 도식, 틀, 거시 구조라고도 불린다. 스키마 이론에 의하면 독서는 '독자가 적절한 스키마를 활용하여 글과 상호 작용하면서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스키마는 개별 독자의 인지 체계로 지식의 수용, 생산, 기억의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스키마는 글의 내용을 해석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기억을 회상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구성하였던 내용의 재구성을 유도하기도 한다. 사실 모든 글에는 많은 세부 정보가 누락되어 있는데, 독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키마를 활용하여 이 정보들을 추론하고 또 적절히 메워 가면서 글을 읽어 나간다. 그래서 스키마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전문 분야의 글을 읽으면 독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친숙한 분야의 글을 읽을 때 독해가 수월한 것도 스키마의 영향 때문일 수 있다. 이처럼 독자는 스키마를 인식의 틀로 활용하여 독해 활동을 수행하지만, 스키마도 매 순간 독자가 경험하는 외부의 자극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책은 지식의 집결체로 책 안에는 수많은 구 정보와 신 정보가 혼재되어 있는데, 독자는 이미 알고 있는 구 정보를 활용하여 신 정보를 이해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독자의 스키마도 확장되거나 강화되거나 재구성된다.

스키마의 유형과 기능
스키마 이론은 우리의 지식이 기억 속에 어떻게 표상되고 또 구조화되어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스키마 이론가들은 스키마가 기본적으로 개념 단위로 구성되며, 특정한 개념을 중심으로 하는 개별 스키마에는 그 개념과 관련된 대상, 상황, 사건, 행동 등 여러 변인과 이들의 관계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각각의 스키마는 일정한 구조를 이루며 서로 연계되어 있는데, 이러한 스키마의 집합체를 스키마타라고 한다. 또한 스키마 중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련의 행위나 장면이 연속적으로 구성되는 것을 스크립트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영화관 스크립트(영화관 도착 - 매표소에서 표 구매 - 상영관 입장 - 좌석 확인과 착석 - 소등 - 영화 상영 시작 - 영화 관람 - 점등 - 상영관에서 퇴장)나 쇼핑 스크립트, 각종 요리법에 대한 스크립트가 있을 수 있다.

스키마의 유형
내용 스키마: 글의 화제와 내용에 대한 지식
형식 스키마: 글의 구조에 대한 지식, 구조 스키마, 각 담화유형이 가진 고유한 관습적 구조에 대한 인식과 지식
언어 스키마: 개별 단어와 글 속에 포함된 단어 간의 관계에 대한 지식

- 독서와 스키마
독서를 할 때는 다양한 유형의 스키마를 모두 필요로 한다. 수능에 빗대어 이야기를 해보자면, 언어 스키마는 한국어 화자라면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편이다. 형식 스키마와 내용 스키마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의 구조를 분석하고 글이 어떤 짜임으로 내용을 전개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 형식 스키마이다. 이는 구조도 그리기, 담화 표지, 내용 연결 표현 확인하기 등을 통해서 확장할 수 있다. 반면, 내용 스키마는 글의 화제와 내용에 대한 지식으로, 글의 주제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나, 그 주제를 다루는 상호텍스트를 읽어본 경험이 있으면 주제와 관련된 내용 스키마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독서가 어려워지기 전의 수능에서는 형식 스키마가 강조된 측면이 있다. 글의 구조를 파악하여 정보의 위치를 정리한 다음에 각 문제에서 묻는 정보를 빠르게 찾아 글과 선지를 비교하며 답을 찾는 방법으로 문제를 푼다.
요즘에 수능 독서 영역이 난도가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수능 독서 문제에서 요구하는 내용 스키마가 늘어났다는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이제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학생들은 글을 완전히 이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문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요구된다. 그래야 빠르고 정확하게 글의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풀 수 있다.

- 그렇다면 내용 스키마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뻔하게도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다만 무작정 많이 읽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완전히 이해하며 읽는 경험이 중요하다. 수능을 풀기 위해 시간을 맞춰 놓고 빠르게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유를 가지고 이 글의 내용을 배경 지식화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이해하며 읽어야 한다. 속도는 이러한 연습을 바탕으로 조금씩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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